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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록』과 『승정원일기』로 보는 조선의 놀이 흔적-잊혀진 전통놀이를 읽어내는 관찬 기록 해석 방법론

📑 목차

    이 글은 조선 후기 대표 관찬 기록물인 『일성록』과 『승정원일기』를 활용하여, 전통놀이가 “놀이 항목”으로는 거의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록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흔적을 남겼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통놀이 연구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난점은, 놀이가 생활 속에서 광범위하게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헌에 규칙·절차·도구가 체계적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는 단지 놀이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록·명명·분류 체계에서 탈락하면서 연구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놀이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일성록』과 『승정원일기』로 보는 조선의 놀이 흔적-잊혀진 전통놀이를 읽어내는 관찬 기록 해석 방법론

     

    『일성록』은 왕의 일기 형식을 갖추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공식 기록으로 성격이 규정되며, 정조에 의해 기록이 시작되어 국가 업무로 편찬이 이어진 자료입니다. 『승정원일기』는 왕명 출납과 제반 행정 사무를 맡았던 승정원의 업무를 일기체로 기록한 방대한 기록으로 소개되며, 국정 전반이 기록되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 두 사료는 “놀이를 기록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놀이를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읽으면 빈칸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 사료들은 정치·행정·단속·의례·교육·사회 통제의 맥락 속에서 놀이가 어떤 표정으로 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입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 즉 놀이를 ‘재현’하는 글이 아니라 ‘기록 구조를 분석’하는 글로서, 잊혀진 전통놀이 연구의 실증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사료 성격

    『승정원일기』는 승정원에서 처리한 왕명 출납과 행정 사무, 의례 사항 등을 기록한 일기이며, 현존 기록의 범위와 분량이 매우 방대하다는 점이 공공 해설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이 사료의 기록 단위는 “그날그날 처리한 국정 업무”에 가깝기 때문에, 사회 풍속과 생활상이 단속·치안·민원·형옥·예규의 형식으로 빈번히 드러납니다. 반면 『일성록』은 ‘국왕의 시각’으로 사건을 정리하되, 강(綱)과 목(目)으로 구성하여 검색·참조가 쉽도록 편찬 체계를 갖춘 자료로 설명되며, 정치·군사·서적 편찬·경연·진휼 등 국정 운영의 세부가 기사 단위로 정리됩니다. 국가유산 해설에서도 『일성록』이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등과 함께 대표 관찬 연대기로 언급되며, 다른 연대기에 없는 사건이 실릴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이 차이는 놀이 흔적을 찾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승정원일기』는 현장에서의 보고·대화·업무 처리 과정이 축적되므로, 단속 현황, 관청의 “출금(출입 금지·단속)” 운영, 사건 수사 과정에서 놀이와 연관된 표현이 비교적 실무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성록』은 국왕 참조용으로 정리된 성격이 강하므로, 놀이 자체의 생생한 장면보다는 “정책화된 언급”이나 “사건의 요지”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두 사료를 동일한 기대치로 읽으면 분석이 약해집니다. 두 사료의 편찬 목적과 기록 형식의 차이를 먼저 확정해야만, 놀이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자료 부족”이 아니라 “자료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임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단속 언급

    『일성록』과 『승정원일기』에서 놀이가 가장 자주 포착되는 지점은 “놀이의 즐거움”이 아니라 “통치의 문제”입니다. 특히 도박성 놀이와 사행성 유희는 풍속 단속과 형정(刑政)의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예컨대 투전(投錢)·골패·쌍륙과 같은 놀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공공 해설 자료에서도 확인되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당시 유행한 도박성 놀이를 열거했다는 설명도 널리 공유됩니다. 또한 실록·관찬 기록에서는 투전의 폐단을 언급하며 “만드는 자”까지 단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상소나 건의가 기록되는 사례가 확인됩니다.
    이 유형의 기록은 전통놀이 연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놀이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될 만큼 널리 퍼져 있었다”는 간접 증거가 됩니다. 둘째, 놀이가 어떤 공간(장시·거리·주막·민가)에서 어떤 방식(몰래, 모여서, 반복적으로)으로 행해졌는지를 단속 문맥이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놀이가 단지 오락이 아니라 재산 이동·범죄·치안 문제와 결합될 때 국가 권력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즉 놀이의 사회적 위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이 기록은 놀이 규칙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록의 초점은 “폐단”과 “처벌”에 놓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여기서 규칙 복원을 시도하기보다, (1) 어떤 놀이가 문제시되었는지, (2) 어떤 표현으로 규정되었는지, (3) 어떤 기관이 단속했는지, (4) 어느 시기에 집중되는지라는 행정적 흔적의 패턴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때 『승정원일기』는 승정원 실무 기록이라는 성격상 단속의 절차, 출금 운영, 보고 체계의 형태를 더 세밀하게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성록』은 국왕 참조용으로 정리된 ‘정책화된 언급’을 통해 국가 차원의 인식 변화를 비교적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궁중 맥락

    놀이 흔적은 단속 영역뿐 아니라 궁중 의례와 왕실 일상, 군사 훈련, 연향의 맥락에서도 나타납니다. 다만 이 영역의 놀이는 “민속놀이”라기보다, 궁중 문화의 규범 속에서 재배치된 유희 요소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일성록』은 국왕의 동정, 경연, 군사 훈련, 과거, 형옥 등 국정 운영의 세부를 기사로 정리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행사·의례·시상·반사(頒賜) 같은 맥락에서 놀이성 행위가 “의례의 일부”로 흡수되어 기록될 수 있습니다. 『승정원일기』는 왕명 출납과 궁중 행정이 일상적으로 기록되므로, 특정 행사 준비 과정에서의 여흥 요소, 관청 내부의 금지·허가, 장비·물품 조달 과정에서 놀이 도구가 ‘물품’으로 등장하는 방식이 포착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궁중 기록에 나타나는 놀이가 곧바로 “민간 전통놀이”와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궁중은 놀이를 통치 질서 속에 편입시키는 공간이며, 놀이의 자발성보다는 질서·절차·형식이 강조됩니다. 따라서 궁중 기록에서 확인되는 놀이성 행위는 ‘전통놀이의 원형’이라기보다, 놀이가 제도화되는 순간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접근은 잊혀진 전통놀이 연구에도 직접 연결됩니다. 즉, 민간에서 수행되던 놀이가 기록으로 남는 순간은 대개 (1) 문제화되어 단속될 때, (2) 제도화되어 의례·교육 요소로 편입될 때, (3) 행정적 사무로 환원될 때라는 점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왜 놀이 규칙이 문헌에 없나”라는 질문이 “왜 놀이가 이 방식으로만 기록되나”라는 분석 질문으로 전환됩니다.

    검색 방법

    『일성록』과 『승정원일기』는 현재 온라인 열람·검색 체계를 통해 접근 가능한 형태로 공개되어 있으며, 이는 잊혀진 전통놀이 연구의 방법론을 크게 확장시킨 조건입니다. 『승정원일기』는 전용 사이트에서 왕대별·연대별 열람과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자료 열람 구조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일성록』 역시 우리역사넷 해설에서 기사 단위 구성(강·목), 책임자 기재 등 편찬 체계가 정리되어 있어, 키워드 기반 탐색과 맥락 재구성이 가능한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효과적입니다. 첫째, “놀이 명칭”만으로 검색하지 않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는 애초에 명칭이 고정되지 않거나, ‘유희’ ‘잡기’ ‘희롱’ 같은 범주어로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투전·골패·쌍륙·윷·장기·바둑 같은 구체어와 함께, 금지·출금·단속·풍속·잡기·유희·희롱 같은 행정어를 결합해야 합니다. 둘째, 한 사료에서 찾은 항목을 다른 사료에서 교차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유산 해설에서도 『일성록』이 다른 연대기에 없는 사건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되는 만큼, 한쪽에만 나타나는 기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놀이 규칙”이 아니라 “놀이의 사회적 자리”를 먼저 재구성해야 합니다. 예컨대 투전은 규칙 설명보다 단속과 폐단의 언급으로 남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국가 기록물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이 방법론은 은선님 블로그의 핵심 방향인 “전통놀이가 문헌에 남지 않은 이유”를 실증적으로 설명하는 데 특히 유효합니다. 온라인 검색은 놀이를 ‘찾아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에서는 “무엇이 기록되고 무엇이 삭제되는가”라는 기록 문화의 구조를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특정 시기에 단속 언급이 급증한다면 그 시기의 사회 경제 변화, 장시 발달, 도시 치안 문제와 연동해 해석할 수 있으며, 궁중 의례에서 놀이성 행위가 늘어난다면 문화 정책·행사 체제와 연결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잊혀진 전통놀이 핵심 분석 방법

    『일성록』과 『승정원일기』는 전통놀이의 규칙을 친절하게 전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두 사료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잊혀진 전통놀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즉 “놀이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바로 복원하기 전에, “놀이가 어떤 조건에서 기록되는가”를 먼저 해명하게 만듭니다. 『승정원일기』는 왕명 출납과 행정 업무를 일기체로 기록한 사료로서 현장성과 실무성이 강하며, 단속·출금·사건 처리의 맥락에서 놀이 흔적이 포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성록』은 국왕 시각으로 사건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식 기록으로서, 놀이가 정책적 문제로 규정되는 방식과 국가적 인식의 변화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합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잊혀진 전통놀이는 “사라진 놀이” 이전에 “기록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놀이”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놀이가 기록되는 순간은 대개 단속·제도화·의례화·행정화의 순간이며, 그 밖의 생활 놀이 영역은 기록에서 탈락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문헌 공백을 상상으로 채우기보다, 공백이 만들어진 구조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 글이 제시한 방식대로 두 사료를 교차해서 읽기하면, 전통놀이의 ‘부재’가 아니라 ‘기록 방식의 편향’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잊혀진 전통놀이 연구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핵심 분석 방법입니다.